

나의 마을
100×100, Oil on Canvas, 2021
좋은 풍경은 어떤 것일까?
또 그 풍경을 그린 화가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그렸을까?
오래전부터 많은 화가들이 풍경화를 그려왔다. 아마도 현실의 어려움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위로 받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특히 풍경화를 많이 그렸는데, 그들은 전통적인 회화기법을 버리로 밖으로 나가 자연의 풍경을 마주하며 찬란히 쏟아지는 빛을 창의적으로 표현했다. 그림을 배우던 시절 인상주의 화법으로 그리는 그림들은 개성이 없으며 현대적이지 않다고 생각하여 잘 알지도 못하는 추상화를 끊임없이 그렸던 기억이 난다. 추상화의 한계를 느끼고 나는 다시 표현적 구상화를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이 다시 눈에 들어오고 연구하게 되었다.
특히 빈센트 반 고흐의 강렬하며 즉흥적인 붓 터치로 드러낸 근원적 진리의 현시, 폴 세잔의 상실을 승화시킨 푸른색의 깊이, 마지막으로 클로드 모네가 죽기 전에 눈이 잘보이지 않는 가운데 그려낸 추상적 수련 연작들이다. 이세 화가들이 나의 마음을 끈 이유는 ‘즉흥성’과 ‘깊이’ 그리고 ‘드러냄’이다.
내가 살고 있는 철원의 풍경은 낯설고 고독한 모습으로 내마음을 끌지 못했다. 조금 더 적막한 느낌이고 직선이 많이 보이며 무겁고 깊이 있는 풍경들이다. 철원에서의 작업은 나의 일상이 되었고 나는 조금씩 철원 풍경들의 깊이를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일상적 풍경들인데, 모내기철 물을 댄 논들의 모습, 새벽에 안개 낀 들녘, 평범한 들꽃, 숲, 황혼의 빛 그리고 마을의 풍경들이다.
처음에는 마을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집을 꾸미고 그곳에서 기쁨과 슬픔을 안고 산다. 저녁이 깊어지고 밤이 찾아오는 순간이면 저마다 자신만의 불을 밝히며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그리고 하늘은 그 불빛과 어울리는 별빛을 보여준다.
고흐가 그린 ‘별이 빛나는 밤’의 마을 풍경은 사실은 존재하지 않은 풍경이다.
화가는 그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이상을 드러낸 것일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