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이동연

Lee, dongyeon

희망을 노래함

91×73, Acrylic on Paper, 진금박, 자개, 2022


“일상의 편린片鱗들로 엮어내는 관계의 미학”최근까지 이어지는 내 작업의 화두話頭다.

요즘 나의 작업은 작품의 표현된 소재들에만 집중하면 산만하게 보일 수도 있다. 작품마다 어수선하게 펼쳐진 표상물들로 보이는 다양한 소재들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마치 작업의 내용과 추구하는 창작의 주제 의식이 산만하게 읽힐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산만함의 이유를 굳이 해명하자면, 일관된 작품형식을 추구한다거나, 격식에 얽매이는 것을 참아내지 못하는 분방奔放한 내 성격 탓일 것이다. 


그 때문일지는 분명치 않지만, 그림 속의 나는 어느 날은 깊은 산속의 냇가에서, 마음이 동하면 옛사람들은 수양이라했을 만한 차디찬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뜨겁게 달아올라 복잡한 머릿속을 식히고 헝크러진 마음을 쓸어내리기도 한다. 때로는 멋스러운 소나무의 기상에 취해보기도 하고, 그 나무 그늘 아래서 세차게 내리치는 폭포를 관상觀賞하기도 한다. 어쩌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날이면 시정 거리를 배회하며 사람 살이에 푹 빠져들기도 한다. 


이런 일상에서 만나는 감성의 편린片鱗들은 모두 나의 예술적 상상을 자극하고, 몽상에 빠져들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런 그때그때의 자극적인 예술 충동이 만들어낸 반향反響의 이미지는 나의 화면을 채운다. 지금껏 초상에 가까운 인물화에 천착한 것을 되돌아볼 때, 작금의 작업변화라면 커다란 변화라고 할 것이다.최근 몇 년간의 작업을 되돌아보면, 내 작업의 흐름은 시 공간의 초월적 의지를 담았던 <미인도의 재해석>으로부터 치유의 기원을 담은 <달빛 소나무>를 거쳐, 상선약수上善若水[최고의 선은 마치 물과 같다], 그리고 요즘의 테마인 <우리는 별을 본다>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별을 본다>는 주제의 작업은 끝없이 펼쳐진 어두운 밤하늘에 주목한 작품들이다. 과학적 설명이 없다면 그 끝을 이해할수 없는 아주 오래되고 깊디깊은 우주, 그 흐릿한 어둠에 존재하는 온갖 것들. 끝없이 흩어져 있는 무명의 반짝이는 별들과 나름의 중력을 가진 항성들, 밤의 하늘이 어둡지만 않다는 증거는 별과 달, 그리고 온갖 천체들이 뿜어내는 빛들이 보내는 밤하늘의 신호 때문일 것이다. 


이런 신호들이 우리의 눈을, 우리의 마음과 상상을 하늘로 향하게 한다. 다시 한번 과학적 성과에 의지해서 말하면, 우주를 수놓는 별들은 항성들 사이에 일정한 중력을 유지해야 영원성의 순환 고리가 흐트러지지 않을 것이다.내 작업의 소재들은 산만한 듯 다양하지만, 특히 자연의 확장된 화면 속의 소나무와 어둑한 밤하늘을 배경으로 그려진 달과 별들, 그리고 고요한 호수의 잔잔한 수면에 비친 보름달에 시선을 빼앗긴 미인도이다. 


우리의 보편적인 심미 의식 속에서의 달이 어두운 밤하늘을 밝히듯이 누구누구의 소망과 희망의 메시지로 상징될 것이다. 나 또한 그 누구의 마음과 같이 달을 바라보기도 하지만, 내 그림 속에서의 밤하늘과 달이 표상하는 의미는 실존에 관한 원형적 의문이 담겨 있다고 할 것이다. 밤하늘을 비추는 달빛은 실존의 나와 무한한 우주의 거리를 좁혀준다는 느낌때문이다. 지구의 중력을 벗어날 수 없어 밤마다 우리 세계의 하늘을 밝혀주는 달은 지구의 아주 가까운 곳에서 확인할 수 있어서, 우리가 알 수 없는 항성들이 펼쳐져 있는 무한 우주의 표징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내 화면에 그려진 달은 어둠으로 펼쳐진 무한 우주를 상상할 수있게 해준다. 


우주를 향한 꿈같은 상상 의식은 실존의 원형을 탐색해가는 나만의 심미 의식을 이끌어내기에 화면속의 달과 흩어져 있는 별들은 요즘 작업의 주제 이미지가 된 것 같다.밤하늘에 산만하게 펼쳐진 듯 보이는 별들의 관계가 우주의 영원성을 지탱하는 힘이며, 이것은 엄밀히 말하면 관계의 힘이라 생각한다. 관계, 관계의 힘, 관계성이 요즘 밤하늘에 주목하는 나의 예술 주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 속에서 자못 산만하게 보이는 소재들은 자연과 우주 속에 존재하는 온갖 물상들의 관계, 그리고 이 세계에 존재하는 나와, 또 다른 각각의 나들의 관계성을 드러내는 표현 소재들이다. 


이런 주제의 흐름은 요즘에 꿈꾸는 듯 한 감정으로 화면에 그려 넣은 <마릴린 먼로>를 통해 재해석되듯 이, 얼마 전까지 시공간의 차원을 넘나들었던 <미인도의재해석>에 맞닿아 있기도 하다. 짙푸른 배경을 가르고 희디흰 포말을 뿜어대며 쏟아지는 폭포 물줄기, 어두운 하늘을 등진 채 빛나는 달과 별들, 달빛을 받아 금빛 은빛을 띠며 우뚝 선 소나무들, 소나무 아래 자리한 미인, 그리고 < 월하탄금月下彈琴>에서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는 달빛에빚진 결과가 아닐까?


이 모두는 관계 속에서 서로를 빛나게 하는 존재들이 아닐까?내 작품 속의 산만한 듯 펼쳐져 있는 이러한 주제들은 상상 의식이 표상해 낸 관계적 이미지들이다. 관계성 속에서 시공간은 쉽게 해체되곤 한다. 상상 속에서는 과거와현재, 그리고 이곳과 저곳,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이미지들의 차이와 구별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나의 심미 상상 속에서는 과거가 현재를 기웃거리기도 하고, 현재에 과거가 담겨 있기도 하다. 과거는 시간의 축적일뿐 오늘에 무소용이 아니며, 현재가 과거에 비해 우월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우주를 꿈꾸는 이들에게 이 세계는 상상을 위축시키는 좁디좁은 장소일 뿐이다. 그들이 무한을 이야기하기에 이 세계는 너무 협소하다. 예술가는 그 협소한 공간에서 무한을 꿈꾸듯 상상하는 존재이다. 


상상의 세계에나 존재할 듯한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현대의 미인들, 그리고 미인도의 재해석이라는 주제의 연장선에 있는 한복 입은 마릴린 먼로의 초상은 미적 욕망의 대상이면서, 나에게 예술적 상상의 세계를 확장시켜 가는 심 미 표상들이다.‘우리는 별을 본다’는 작업의 주제 의식을 가지고 관계성의 문제를 탐색하면서, 요즘의 심미 관심은 자연스럽게 세계에 속한 존재로서의 나의 실존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의 사정이 혼란스럽게 변동하는 요즘의 불투명한 상황이 원인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나와 세계와의 관계, 즉 하이데거의 말을 빌리면, 세계-내-존재라는 존재론적 물음이 예술 창작의 주제로 주목하게 된다.나는 누구인가? 세계 내에 실존하는 주체로서 나의 인간적 의미는 무엇인가?


비근하게 들리는 이 말에는 누구나의 삶과 결부된 일상적인 고민을 담는 말이지만, 특별히 나를 포함해서 예술에 몸담는 예술가들의 예술적 고뇌의 핵심 주제일 수도 있을것이다. 이러한 예술적 고뇌는 인간적 사유, 즉 철학적 고민이 단서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무한과 지속으로 이어지는 창조적 고뇌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예술가의 예술 행위가 결과를 알 수 없는 나를 찾는 지속적인 삶의 행위라는 일반적 의미를 인정한다면,나라는 존재의 의미 발현은 예술가의 예술 행위의 끝없는 화두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불확실성의 미래를 묵시적으로 보여주는 요즘 세계의 변화 상황에서 우리의 행위와 세계의 미래와 존재 의미에 관한 판단은 더욱 무의미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즉 내가 보기에 이제 세계는 필연보다는 우연이 지배하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든 듯하다. 그래서인지 하이데거를 비롯한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인간의 실존을 ‘우연히 이 세계에 내 던져진 존재’로 설명한 것 같다. 


내가 이 세계에 놓이게 된 것은 우연한 자연 현상의 하나일 뿐, 필연적이고역사적인 원인을 갖지 않는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고 나의 의미가 무화無化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믿음은 지울 수가 없다. 다만 나의 미래를, 인간 역사의 미래를 희망적 의미로 이해하자면, 인간관계의 재설정을 요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알 수 없는 초월적 힘이 나와 너라는 구분, 과거와 오늘, 그리고 인간과 자연, 하늘과 땅의 관계에서 굳어진 우열 인식을 재설정하도록 요구하는 듯하다.이게 요즘 내가 주제로 삼는 소재들이 이전에 그것들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로, 이미지로 표상되는 이유일 것이다




“The aesthetics of relationships weaving together the conveniences of everyday life”This has been the topic of conversation in my work until recently.These days, my work may seem distracting if I only focus on the materials expressed in the work. I don’t know if it’s because of the diverse materials that appear to be chaotic representations in each work, but it seems as if the content of the work and the sense of creative theme pursued can be read in a distracting manner. 


If I had to explain the reason for this distraction, it would be because of my pursuit of a consistent work format or my free-spirited personality that cannot tolerate being bound by formality. It is not clear whether it is because of this, but one day, the person in the picture was by a stream deep in the mountains, and when I felt moved, I dipped my feet into the cold valley water, which ancient people would have called ram, to cool my heated, complicated mind and wash away my tangled mind. I also do it. Sometimes I get intoxicated by the wonderful spirit of pine trees, and other times I admire the powerful waterfall under the shade of the trees. On days when I can’t escape from my busy daily life, I wander the streets of the city and become immersed in people’s lives. All of the emotional fragments I encounter in my daily life are enough to stimulate my artistic imagination and make me fall into daydreams. 


Images of reverberation and sound created by these stimulating artistic impulses of the moment fill my screen. When I look back on my previous obsession with portrait-like portraits, I would say that the current change in my work is a big one.Looking back on the work of recent years, the flow of my work has progressed from <Reinterpretation of Beauty Island>, which contains the transcendent will of time and space, through <Moonlight Pine Tree>,which contains the origin of healing, and Sangseon Yaksu (上善若水) [The highest good is like water and water]. Same], and continues with the current theme, <We See the Stars>. The works with the theme “We See the Stars” focus on the endless dark night sky. A very old and deep universe whose end cannot

be understood without a scientific explanation, and all kinds of things that exist in that hazy darkness. 


The endlessly scattered nameless twinkling stars and fixed stars with their own gravity are proof that the night sky is not dark because of the signals in the night sky sent by the lights emitted by stars, the moon, and all kinds of celestial bodies. These signals turn our eyes, our hearts, and our imaginations heavenward. Once again relying on scientific achievements, the stars that decorate the universe must maintain a certain gravitational force between them so that the cycle of eternity will not be disturbed. The subject matter of my work is varied and distracting, but in particular, the pine trees in the expanded picture of nature, the moon and stars drawn against the dark night sky, and the full moon reflected on the calm surface of a quiet lake are beautiful islands that attract attention. 


Just as the moon brightens the dark night sky in our universal aesthetic consciousness, it will be symbolized as a message of someone’s wishes and hopes. I also look at the moon like anyone else, but the meaning represented by the night sky and moon in my paintings can be said to contain archetypal questionsabout existence. This is because I feel that the moonligh tilluminating the night sky narrows the distance between my real self and the infinite universe. The moon, which lights up our world’s sky every night because it cannot escape the Earth’s gravity, can be seen very close to the Earth, making it a symbol of the infinite universe where stars we cannot know are spread out. So the moon drawn on my screen allows me to imagine an infinite universe unfolding in darkness. The dream-like imagination toward the universe leads to my own aesthetic consciousness that explores the original form of existence,so the moon and scattered stars on the screen seem to have become the subject images of my recent work. 


I believe that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seemingly scattered stars in the night sky is the power that sustains the eternity of the universe, and strictly speaking, this is the power of relationships. Relationships, the power of relationships, and relationships are the subjects of my art, focusing on the night sky these days. In that sense, the materials that seem somewhat scattered in the work are expressive materials that reveal the relationship between all kinds of objects that exist in nature and the universe, and the relationship between me and each other in this world. Just as the flow of this theme is reinterpreted these days through <Marilyn Monroe>, which is depicted on the screen with a dreamy feeling, it is also in line with <Reinterpretation of the Beauty Island>, which crossed the dimensions of time and space not long ago. 


A waterfall spewing out whitish foam across a deep blue background, the moon and stars shining against the dark sky, tall pinetrees shining golden silver in the moonlight, a beauty under the pine trees, and <Moonhatangeum> Aren’t the pine trees that show off their beauty a result of our debt to the moonlight? Aren’t these all beings who make each other shine in a relationship? These themes that seem to spread out in my works are relational images represented by imagination. Inrelationships, space and time are easily dissolved. This is because in imagination, the differences and distinctions between past and present, here and there, and visible and invisible images become meaningless. 


Perhaps that is why, in my aesthetic imagination, the past sometimesstalks the present, and the past is sometimes contained in the present. The past is just an accumulation of time and is not useless today, nor is the present superior o the past. And for those who dream of space, this world is just a narrow place that dwarfs their imagination.


This world is too small for them to talk about infinity. An artist is a being who dreams of infinity in that narrow

space. Modern beauties dressed in beautiful hanbok that seem to exist only in the world of imagination, and

the portrait of Marilyn Monroe in hanbok, which is an extension of the theme of reinterpreting the beauty island, are objects of aesthetic desire and expand the world of artistic imagination for me. They are aesthetic symbols. While exploring the issue of relationships with the theme of ‘We See the Stars’, my current aesthetic interest is naturally leading to the issue of my existence as a being in the world. 


It is not clear whether the current uncertain situation in which the world’s situation fluctuates chaotically is the cause, but the ontological question of my relationship with the world, or, to borrow Heidegger’s words, being-in-the-world, has drawn attention as a theme for artistic creation. do. Who am I? What is my human meaning as a subject existing in the world?This familiar-sounding word contains everyday concerns related to everyone’s life, but it may also be the core theme of the artistic concerns of artists, including myself. I think that this artistic agony can be said to be a creative agony that leads to infinity and continuation in that it is difficult for human thought, that is, philosophical concerns, to provide clues. In this way, if we acknowledge the general meaning that an artist’s artistic activity is an ongoing act of life in search of oneself whose outcome is unknown, it can be said that the expression of the meaning of existence is an endless topic of the artist’s artistic activity. 


Especially in today’s changing world, which implicitly shows an uncertain future, our actions and judgments about the future of the world and the meaning of existence seem to be even more meaningless. In other words, it seems to me that the world has now entered an era of uncertainty where coincidence rather than inevitability dominates. Perhaps that is why existentialist philosophers, including Heidegger, seem to explain human existence as ‘a being thrown into this world by chance.’ It sounds like my being placed in this world is just one of the accidental natural phenomena and has no inevitable or historical cause. However, I cannot erase the belief that my meaning will not become meaningless. 


However, if I understand my future and the future of human history in a hopeful sense, I think it calls for a reset of human relationships. It seems that  an unknown transcendent power is asking us to reset the recognition of superiority and inferiority that has been established in the distinction between me and you, the past and present, and the relationships between humans and nature, and heaven and earth. This may be the reason why the materials I am focusing on these days are represented in images with a completely different atmosphere than those of the pa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