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구자승

Koo, chasoong

정물, 수국있는 정물

72.7×91, Oil on Canvas, 2023

100×100, Oil on Canvas, 2023


숨을 쉬는 그림, 그 미세한 호흡을 찾아서

발아래 남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바지 홈 아틀리

에서 오늘도 나는 작업실에 박혀있다. 적막이 나를 다스릴때면 나는 모처럼 사색에 잠겨 홀로 나만이 갖는 이 유일한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이 행복한 시간을 갖기 위해 나는 이곳에 웅지를 틀었다.


나는 요즘 거의 정물화에 매달려 있다. 정물화는 영어로

‘Still Life’이다. ‘Still’은 ‘움직이지 않는다.’ 또는 ‘침묵’의

의미로 풀이된다. 즉,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잠시 동안 움

직이지 않도록 잡아둔다는 의미를 둘 수 있는데, 그 빠르

게 흐르는 속에 내맡겨진 삶의 한 순간을 정지시키려 한

다. 대신 그대로 재현하거나 옮겨놓는 작업이 아니라, 실

은 그 나름대로의 시간의 흐름을 재단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정물화 소재 중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물들

을 선호한다. 물론 조선백자 및 토기 같은 옛 그릇이 등장

하는 작품도 있지만, 대다수의 글라스, 술병, 꽃병과 같은

평범한 모티브들이 내 그림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소재는 그림에서 느끼는 친숙성과도 관계가 있지만 일상적으로 눈에 익은 탓에 그림 속의 소재로 등장했을 때는 낯설지 않다는 심리적인 친근감을 주는 것도 한 몫을 한다. 때론 무언가 색다른 느낌을 유도해 내기 위해 여러 가지 모티브를 화폭 안에 이끌어 내기도 한다. 커다란 궤짝 위에 계란, 파이프, 어울리지 않는 긴 막대기를 화폭에 담는다. 이러한 대상들은 섬세함과 빛의 반사효과 등으로 각각의 만남과 조화를 이룬다. 정물에서 자주 등장되는 유리잔, 도기, 청동 차 주전자, 주철 냄비, 이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자기존재를 부각 시킬 때면 마치 배우들이 무대에서 연기하듯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극적 순간들을 포착 한다.


많은 사물들을 의도적으로 화폭 중심에 몰아놓고 그 군집이 빚어내는 새로운 조형적인 해석의 아름다움과 상대적으로 사물 주위의 비어 있는 많은 공간, 동양의 사유의 공간 개념을 마치 우리나라 이조 백자나 동양화에서 흔히 볼수 있는 아름다운 여백처럼 현대적 감각을 동양적 시각으로 즐기고 싶은 것이다.


내가 극사실주의 화풍 가운데에서 인물화나 풍경화가 아

닌 정물화를 주로 많이 가까이 하는 이유는 내가 하고 싶

은 이야기를 잘 나타 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나의 이야기 거리를 찾기 위해 골동품 가게를 비롯 소재들을 찾아 거리여기저기를 배회하기도 한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형태감, 질감과 색채를 고려하여 한데 모아 놓을때 극적인 분위기를 스스로 즐기곤 한다.


 전통적인 정물화가 주로 시각적인 화려함을 추구해 온 반면, 나는 비교적 단순한 구성을 즐기는 편이다. 하지만 그안에는 철저하게 계획된 나만의 의도가 숨어 있다. 각각 의 물체들이 상대를 비추고, 또 가리기도 하며 만들어내는 조형미. 그것이 바로 나의 영감을 자극하는 한 덩어리오브제이다.


프랑스 미술 비평가 호제뷰이어가 나의 그림을 보고 “구

자승의 작품을 보면 마치 한 폭의 추상화를 보는 것 같다

는 생각을 갖게 한다.”고 했는데, 이는 바로 내가 추구하

고자 하는 것을 단편적으로 이야기 해 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나는 밑그림 정도로 여겨지는 제 3의 장르라 할 수

있는 드로잉에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다.


3분 안에 그리는 작업이지만, 드로잉은 무수히 많은 조형언어를 내재하고 있는 조형언어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역동적인 필선이 느껴지는 3분 드로잉. 나도 이 드로잉을 할때는 심취해서 아무 생각 없이 여기에만 몰입하게 된다.선 하나하나 그을 때, 농담 하나하나를 처리해 들어갈 때마다 때로는 황홀하기도 하고, 때로는 드로잉과 함께 취해 있는 나를 발견할때는 이미 나는 다른세계에 와 있음을 자각 한다.


프랑스의 사상가, 조르쥬 바따유(Georges Bataille,

1897-1962)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모든 것은 그 정서적

인 미적 감수성과 관련이 있다고 했는데, 그 자신의 미적

감수성을 드로잉을 통해서 사물을 가장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고 헸다. ‘라이프 드로잉’이라고도 하는 이 드로잉은 선(線)의 아름다움을 중요시 하기도 한다. 앵그르라는 화가는 “line is drawing!”이라고 했다. 이 드로잉의 선이 주는 의미는 대단하다. 선의 스피드에 의해 강약에 의해서생기는 그 동세(動勢), 움직임을 볼 수가 있다.


이렇듯 드로잉에 대한 나의 사랑이 시작된 것은 1979년

캐나다 유학시절부터이다. 사랑에 빠지면 열병을 앓듯이,여기에 몰입하여 상상을 못할 정도로 미쳤었다. 선을 긋고 문지르다 손톱이 달아 구녕이 나서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30년 가까이 드로잉 작업을 해 왔다.


나는 내 작품에서 감정의 과잉을 억제하면서 철저한 이지적인 태도로 모티브와 대결하는 치열한 정신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다.


숨을 쉬는 그림, 그 대상들이 주는 더 미세한 호흡을 찾으

려 늘 탐구한다. 마치 그려놓은 대상이 무생물체의 큰 덩

어리가 아닌, 무수한 꿈의 파편들이 부서져 그 잔해의 흔

적들을 극복하고 온전한 오브제가 되기까지 상처투성이

의 그 정물들을 나는 그림 속에서 치유한다.

Artist


구자승

Goh wansuk

홍익대학교회화과,동대학원,OCAD University in Canada졸업

개인전_ 27회, 부부전_ 17회

세계리얼리즘 회화전(동경미쯔고시미술관) 외 650여 회 초대전 출품

Tokyo, Miami, NewYork, Italy Bajell, Bajing Viennale참가

홍익대학교 총학생회장, 한국미협수석부이사장, 신미술회 회장, 한국인

물작가회 회장, 단원미술제 운영위원장, 상명대학교 교수 역임

싸롱비올레 은상, 몬테칼로국제현대미술제조형예술상, 세계평화교육자상,

부시 미대통령감사장, 노무현 대통령 훈장 외 다수

정물, 수국있는 정물

72.7×91, Oil on Canvas, 2023

100×100, Oil on Canvas, 2023

.

숨을 쉬는 그림, 그 미세한 호흡을 찾아서

발아래 남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바지 홈 아틀리

에서 오늘도 나는 작업실에 박혀있다. 적막이 나를 다스릴

때면 나는 모처럼 사색에 잠겨 홀로 나만이 갖는 이 유일

한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이 행복한 시간을 갖기 위

해 나는 이곳에 웅지를 틀었다.


나는 요즘 거의 정물화에 매달려 있다. 정물화는 영어로

‘Still Life’이다. ‘Still’은 ‘움직이지 않는다.’ 또는 ‘침묵’의

의미로 풀이된다. 즉,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잠시 동안 움

직이지 않도록 잡아둔다는 의미를 둘 수 있는데, 그 빠르

게 흐르는 속에 내맡겨진 삶의 한 순간을 정지시키려 한

다. 대신 그대로 재현하거나 옮겨놓는 작업이 아니라, 실

은 그 나름대로의 시간의 흐름을 재단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정물화 소재 중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물들

을 선호한다. 물론 조선백자 및 토기 같은 옛 그릇이 등장

하는 작품도 있지만, 대다수의 글라스, 술병, 꽃병과 같은

평범한 모티브들이 내 그림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소재는 그림에서 느끼는 친숙성과도 관계가 있지만 일상적

으로 눈에 익은 탓에 그림 속의 소재로 등장했을 때는 낯

설지 않다는 심리적인 친근감을 주는 것도 한 몫을 한다.

때론 무언가 색다른 느낌을 유도해 내기 위해 여러 가지

모티브를 화폭 안에 이끌어 내기도 한다. 커다란 궤짝 위

에 계란, 파이프, 어울리지 않는 긴 막대기를 화폭에 담는

다. 이러한 대상들은 섬세함과 빛의 반사효과 등으로 각

각의 만남과 조화를 이룬다. 


정물에서 자주 등장되는 유리잔, 도기, 청동 차 주전자, 

주철 냄비, 이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자기존재를 부각 

시킬 때면 마치 배우들이 무대에서 연기하듯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극적 순간들을 포착 한다.


A painting that breathes, in search of that subtle

breath.

Today, I am stuck in my studio at Home Atli on

a hill overlooking the Namhan River beneath my

feet. When silence reigns over me, I am lost in

thought for the first time in a while, enjoying this

unique time that I have alone. To have this happy

time, I turned on the pond here.


I’m mostly obsessed with still life paintings

these days. Still life is ‘Still Life’ in English. ‘Still’

is interpreted to mean ‘not moving’ or ‘silence’. In

other words, it can mean holding the fast-flowing

time so that it does not move for a while, and

trying to stop a moment of life that is surrendered

to that fast-flowing time. Instead, it is not a work

of reproducing or translating it as is, but is actually

cutting the flow of time in its own way.


Among still life painting materials, I prefer objects

commonly seen around us. Of course, there are

works that feature old vessels such as Joseon

white porcelain and earthenware, but in most of

my paintings, ordinary motifs such as glasses,

liquor bottles, and vases become the main

characters. The subject matter is related to the

familiarity felt in the painting, but it also plays a

role in providing a psychological sense of familiarity

that it is not unfamiliar when it appears as a subject

matter in a painting because it is familiar to the eye

on a daily basis.


Sometimes, various motifs are drawn into the

canvas to induce a different feeling. Eggs, pipes,

and mismatched long sticks are placed on a canvas

on top of a large chest. These objects harmonize

with each encounter through their delicacy and

light reflection effects. Glasses, pottery, bronze

tea kettles, and cast iron pots that often appear

in still lifes capture dramatic moments that create

많은 사물들을 의도적으로 화폭 중심에 몰아놓고 그 군집

이 빚어내는 새로운 조형적인 해석의 아름다움과 상대적

으로 사물 주위의 비어 있는 많은 공간, 동양의 사유의 공

간 개념을 마치 우리나라 이조 백자나 동양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여백처럼 현대적 감각을 동양적 시각으

로 즐기고 싶은 것이다.


내가 극사실주의 화풍 가운데에서 인물화나 풍경화가 아

닌 정물화를 주로 많이 가까이 하는 이유는 내가 하고 싶

은 이야기를 잘 나타 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나의 이야기 거리를 찾기 위해 골동품 가게를 비롯

소재들을 찾아 거리여기저기를 배회하기도 한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형태감, 질감과 색채를 고려하여 한

데 모아 놓을때 극적인 분위기를 스스로 즐기곤 한다. 전

통적인 정물화가 주로 시각적인 화려함을 추구해 온 반

면, 나는 비교적 단순한 구성을 즐기는 편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철저하게 계획된 나만의 의도가 숨어 있다. 각각

의 물체들이 상대를 비추고, 또 가리기도 하며 만들어내

는 조형미. 그것이 바로 나의 영감을 자극하는 한 덩어리

오브제이다.


프랑스 미술 비평가 호제뷰이어가 나의 그림을 보고 “구

자승의 작품을 보면 마치 한 폭의 추상화를 보는 것 같다

는 생각을 갖게 한다.”고 했는데, 이는 바로 내가 추구하

고자 하는 것을 단편적으로 이야기 해 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나는 밑그림 정도로 여겨지는 제 3의 장르라 할 수

있는 드로잉에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다. 3분 안

에 그리는 작업이지만, 드로잉은 무수히 많은 조형언어

를 내재하고 있는 조형언어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역동

적인 필선이 느껴지는 3분 드로잉. 나도 이 드로잉을 할

때는 심취해서 아무 생각 없이 여기에만 몰입하게 된다


a dramatic atmosphere, just like actors acting on

stage, when they talk to each other and highlight

their own existence.

Many objects are intentionally clustered at the

center of the canvas, and the beauty of the new

formative interpretation created by the grouping,

as well as the relatively large amount of empty space

around the objects, reflects the spatial concept

of Oriental thought, as is commonly seen in Korean

Lee Jo white porcelain or oriental paintings. Like

the beautiful blank space, I want to enjoy modern

sensibility from an oriental perspective.


The reason why I mostly focus on still life paintings

rather than portraits or landscapes among the

hyper-realistic painting styles is because they can

express the story I want to tell well.

To find my story, I wander around the streets,

including antique stores, looking for materials.

I often enjoy the dramatic atmosphere when I put

things together by considering shapes, textures,

and colors that are easy to overlook. While traditional still

life paintings often pursue visual splendor, I tend

to enjoy relatively simple compositions. However,

hidden within it is my own thoroughly planned

intention. The formative beauty created by each

object reflecting and blocking the other. That is a

single object that stimulates my inspiration.


The French art critic Hojebuyer looked at my paintings

and said, “Looking at Koo Ja-seung’s work makes

you feel like you are looking at an abstract painting.”

This is a short story about what I am trying to pursue.

In particular, I have a deep affection and interest

in drawing, which can be considered a third genre

that is considered nothing more than a sketch.

Although it is a drawing task that can be done in 3

minutes, drawing is the basis of a formative language

that contains countless formative languages. A

선 하나하나 그을 때, 농담 하나하나를 처리해 들어갈 때

마다 때로는 황홀하기도 하고, 때로는 드로잉과 함께 취

해 있는 나를 발견할때는 이미 나는 다른세계에 와 있음

을 자각 한다.


프랑스의 사상가, 조르쥬 바따유(Georges Bataille,

1897-1962)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모든 것은 그 정서적

인 미적 감수성과 관련이 있다고 했는데, 그 자신의 미적

감수성을 드로잉을 통해서 사물을 가장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고 헸다. ‘라이프 드로잉’이라고도 하는 이 드로잉은

선(線)의 아름다움을 중요시 하기도 한다. 앵그르라는 화

가는 “line is drawing!”이라고 했다. 이 드로잉의 선이 주

는 의미는 대단하다. 선의 스피드에 의해 강약에 의해서

생기는 그 동세(動勢), 움직임을 볼 수가 있다.


이렇듯 드로잉에 대한 나의 사랑이 시작된 것은 1979년

캐나다 유학시절부터이다. 사랑에 빠지면 열병을 앓듯이,

여기에 몰입하여 상상을 못할 정도로 미쳤었다. 선을 긋고

문지르다 손톱이 달아 구녕이 나서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30년 가까이 드로잉 작업을 해 왔다.

나는 내 작품에서 감정의 과잉을 억제하면서 철저한 이지

적인 태도로 모티브와 대결하는 치열한 정신을 통해 표

현하고자 한다.


숨을 쉬는 그림, 그 대상들이 주는 더 미세한 호흡을 찾으

려 늘 탐구한다. 마치 그려놓은 대상이 무생물체의 큰 덩

어리가 아닌, 무수한 꿈의 파편들이 부서져 그 잔해의 흔

적들을 극복하고 온전한 오브제가 되기까지 상처투성이

의 그 정물들을 나는 그림 속에서 치유한다.


3-minute drawing with dynamic strokes. When I

draw, I get so absorbed in it that I just immerse

myself in it without even thinking about it. As I

draw each line and process each joke, sometimes

I feel ecstatic, and sometimes when I find myself

intoxicated with the drawing, I realize that I am already

in another world.


French thinker, Georges Bataille (1897-1962) said

that everything an artist wants to express is related

to his emotional and aesthetic sensibility, and he

said that drawing is the closest way to experience

an object’s aesthetic sensibility. This drawing,

also called ‘life drawing’, places importance on

the beauty of lines. A painter named Ingres said,

“line is drawing!” The meaning of the lines in this

drawing is great. You can see the movement and

movement caused by the strength and weakness

of the line speed.


As such, my love for drawing began while I was

studying abroad in Canada in 1979. Just like when

you fall in love, you get a fever, I was so immersed

in it that I was so crazy that I couldn’t even imagine. I

have been drawing for nearly 30 years, despite the

pain of drawing lines and rubbing them because

my fingernails became hot and brittle.

In my work, I try to express myself through a

fierce spirit that confronts motifs with a

thoroughly rational attitude while suppressing

excess emotions.


I always search to find paintings that breathe and

the finer breathing that the subjects provide. In my

paintings, I heal those still lifes full of wounds, as

if the object I’m drawing is not a large lump of

inanimate object, but countless dream fragments

that are broken, overcome the traces of the

wreckage, and become a complete object.